Chronicles of Daewoo

경영의 기록

거대한 설비를 갖춘 중공업이 활발히 움직이면 그 부가가치가 엄청나게 창출되지만 반대의 경우 막대한 국가적 손실이 뒤따름은 당연한 귀결이다. 정부의 중점육성 사업이던 자동차공업은 가동율이 극도로 저하되어 국민경제에 커다란 짐으로 둔갑했다. 시설의 3분의 2가 놀았고 유휴인원도 4만4천명에 달했다.
1980년의 국내 자동차 생산능력은 35만대였으나 회사별로는 경제적 생산단위를 넘지못해 적자속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서 정부는 1980년 8월 20일, 국내 중화학공업 분야의 투자조정을 단행했다. 그 결과 대우는 발전설비를 맡고 현대가 자동차를 맡게되었다.
-현대양행의 군포공장을 포함한 창원 종합기계공장과 대우의 옥포종합기계 공단을 1개 법인으로 통합, 대우그룹이 책임지고 경영토록하고 발전설비와 건설중장비 생산을 일원화 한다.
-현대자동차와 새한자동차를 1개 법인으로 통합해서 현대그룹이 책임지고 경영하고 기아산업은 중차량 생산전문업체로 육성한다.
-새로이 합병된 법인은 현대와 대우그룹이 각각 책임지고 경영함으로써 중복투자와 기술의 분산을 막아 건실한 국제기업으로 유도한다.
-투자 효율이 적은 사업은 과감하게 연기하거나 취소시키고 중전기기, 디젤엔진, 전자교환시스템 등은 기업끼리의 합병이나 기업간 협업을 통해 분야별 전문화가 이루어 지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즉 새한자동차는 GM과 협력하여 <월드카>를 도입하고 현대자동차는 <한국형 자동차>를 개발하여 상호 경쟁체제를 유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새한자동차는 GM이 경영권을 계속 행사한 결과 1980년 132억원, 1981년 33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었다. 월드카란 미국의 ‘big three'(자동차 3사-GM. Ford. Chrysler)가 세계시장을 겨냥, 개발한 전략 소형차로 세계 각국에서 동일설계에 의한 공동 부품을 대량생산, 상호교환하여 조립생산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이에따라 대우와 현대는 관련기업을 서로 선인수하고 후정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새한자동차는 미국의 GM이 50%의 지분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GM 측은 현대 측에게 새한자동차와 현대자동차가 통합되어 설립될 법인에 대해서도 50%의 지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었다.
그러자 현대는 난색을 표명했다. GM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존재하게 될 승용차 생산회사의 독자적인 경영이 어려워질 형편이라는 것이 현대가 난색을 표명하는 이유였다. 새한자동차와 현대와의 통합문제는 약 6개월간의 진통을 겪었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다가 결국 통합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GM과 현대의 협상을 지켜보던 정부는 1981년 2월 28일 승용차 생산체제를 <새한> – <현대>로 이원화하는 것으로 최종적인 투자조정을 마무리 지었다.
약 6개월간에 걸친 자동차공업 투자조정기간 동안 새한자동차는 정부와 대우, 현대, GM의 틈바구니 속에서 표류하는 신세가 되버렸다. 그 바람에 종업원들의 사기가 극도로 저하되어 소극적, 부정적, 방관자적 사고가 만연해졌다.
그러자 가뜩이나 어렵던 새한자동차의 경영은 위기를 맞았다. 생산품의 저급함, 고원가, 비능률과 판매량 감소로 경영은 악순환은 계속했다. 뿐만아니라 GM은 인사, 총무, 생산 등의 결정권을 대우에 주는 대신 재무, 기술 등의 중요한 결정권을 행사하고 나섰다. 덧붙여 GM은 기술지도조의 로얄티로 매출액의 3%를 거두어 들이고 있었다.
한국의 경제사정에 탄력적인 대처를 위해 모든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도 힘든 상황에서 이원화 되어있는 경영방침으로는 도저히 살아날 길이 없다고 판단한 대우는, 새한자동차의 살아날 길은 경영권 인수가 돌파구라는 결론을 내리고 GM과의 험난한 타협에 나섰다.
합작회사의 경우 가장 큰 약점은 의사결정이 지나치게 늦다는 점이었다. 빠른 결정과 신속한 행동력이 체질화되고 경영의 장점으로 키워온 대우로서는 이같은 합작회사의 취약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경영권 확보를 우선조건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출처: 대우30년사 (1997년; 가편집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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