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3월 15일, 대우전자는 국내 3대 가전메이커 중 하나인 대한전선주식회사의 가전사업 부문을 인수함으로써 본격적으로 내수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는 해외 수출로 성장한 대우가 본격적으로 내수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그룹 자체적으로도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었다.
대우전자는 대한전선 가전사업 부문의 우수한 기술인력, 기술제휴선, 생산시설과 영업조직을 그대로 인수하였다. 업계의 비상한 관심속에 출범한 대우전자는 「신뢰받는 품질, 세계를 무대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전개, 매출신장에 총력을 기울였다.
‘수출대우’의 신선한 기업 이미지로 무장한 대우전자는 뛰어난 경영능력, 자금력, 판매력을 바탕으로 내수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최단 시일에 기존 대한전선의 대리점을 인수, 정비한 대우전자는 첫 번째 내수전략으로 상대적 약세였던 유통조직 확대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수 당시 대리점 숫자는 150여개로 경쟁회사에 비해 30%에도 못미치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불과 2년 3개월이 지난 1985년 5월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1985년 5월 기준으로 대우전자의 대리점 수는 직영점을 제외하고서도 500개에 이르러 경쟁사들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나아가 보조 유통망에 있어서도 4,660개를 기록, 압도적 우세를 점하게 되었다.
대우전자가 내수 매출 신장을 위해 시도한 적극적 마케팅 전략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대우전자는 소비자와의 접촉기회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 기존 경쟁사들이 전혀 생각지 못한 새로운 판매기법을 개발해 냈다. 곧 주부사원을 활용한 방문판매 제도였다.
대우전자는 투자에 있어서도 지금까지 대우가 인수한 여타 부실기업의 경우와 같은 적극성을 보였다. 인수 첫해에 모두 150억원을 투자하여 신제품, 신기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생산시설을 확충했다. 그 결과 구미공장의 텔레비전 생산능력이 연간 36만대에서 80만대로 늘어났으며 비디오도 연간 2만4,000대에서 6만대로 늘어나게 되었다.
신제품 개발 투자에 따른 신제품 출시도 현저히 늘어났다. 더블테크 카세트, 절전형 IC 쾌속냉장고, 무선리모콘 4헤드 VTR, 프론트로딩 슬림타입 VTR, 음성다중TV 등의 신제품을 처음으로 개발 출시하여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와 같은 영업활동 강화와 신제품 개발에 힘입어 대우전자의 1983년 매출액은 1,800억원을 달성, 전년도 대우전자와 대한전선의 가전부문 매출액을 합친 1,200억원보다 47%가 상승한 높은 성장율을 보였다. 대우전자는 이후에도 1984년 2,835억원, 1985년 3,473억원, 1986년 5,318억원 등의 매출실적을 기록하여 대우가 인수한 기업중 가장 빠른 매출실적 성장을 보여 주었다.
마침 대우전자의 새 출범과 거의 때를 같이하여 그동안 침체되었던 전자경기도 급속히 회복되어 호황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수년간 적자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대한전선 가전부문을 인수한지 3개월만인 1983년 5월부터 대우전자는 흑자로 전환되어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 이처럼 단시일 안에 흑자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인은 전자경기가 급속히 회복된데다 대우의 자금력과 왕성한 영업활동, 그리고 기업을 인수해 실패한 적이 없는 자신감 등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이다.
1983년 7월에는 미국 첨단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벨리의 산타클라라에 아이.디.포커스(I.D.Focus)를 설립, 첨단기술 연구 및 최신 산업디자인 연구활동을 개시했다. 이곳에서는 반도체, 컴퓨터, 산업디자인,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들이 선진제품 개발동향을 분석하고 컴퓨터, 반도체, 통신기기 등 첨단분야의 기술을 연구하는 등 세계시장을 겨냥한 최신 산업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
1983년 12월 16일, 대우전자주식회사는 기업을 공개하고 공모주 1백억원에 대한 주식청약을 받아 총자본금은 4백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주식청약에 무려 2천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려 청약율이 20.8대 1을 기록, 대우전자가 그간 이룩한 성과를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셈이 되었다.
대우는 내수기반 확보전략 성공으로 세계적인 종합전자메이커로 도약을 서두르게 되었다. 국내 가전업계 참여 이후 단시간 내에 ‘가전 3사’의 위치로 부상한 대우의 전자부문은 유통망 확대, 주부사원 방문판매제도를 통한 마케팅 능력강화, 모니터 제도와 같은 새로운 판매방식과 적극적인 영업활동으로 성장의 기반을 착실히 다져나갔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대우는 세계적인 전자제품 생산기지로 전환하기 위한 설비투자에 착수, 1985년 광주 하남공단 내에 대단위 주방기 공장을 설립한데 이어 광주공장에 연간 300만대 규모의 오디오 공장을 새로 완공한 것을 비롯, 전자렌지와 가스기기 생산능력을 2배로 확장했으며 구미의 칼라TV, VCR공장도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어 나갔다.
대우는 이러한 대규모 설비투자를 바탕으로 품질과 가격면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제품을 대량생산하여 수출할 수 있게 되었으며, 계속해서 세계 유수의 전자제품 메이커에 주문자상표 부착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세계적인 전자제품 생산기지로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갔다. 그리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디지탈 TV, 사무자동화용 컴퓨터시스템과 주변기기, 오디오, 세탁기, 냉장고, 전자렌지 등 품종다양화와 성능향상을 이루어 갔다.
이러한 생산기지화 전략과 품질향상 노력은 우수한 전자부품의 원활한 공급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며, 이와 동시에 부품의 국산화가 이루어질 때 전자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대우는 핵심 전자부품의 국산화와 안정적 공급선 확보를 위해 오리온전기, 대우전자부품 등과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TV브라운관, 콘덴서, 튜너, IC, 반도체 등 각종 전자부품 자체조달 시스템을 구축해 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