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가 말하는 희생정신은 너와 나의 개념을 떠난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희생은 결과적으로 국가에 봉사하고 헌신하는 것이라 정의 내릴 수 있다. 아니, 그렇게 정의 내리기를 대우인은 바란다.
창업주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희생의 철학이며, 나보다는 우리를, 개인보다는 국가를, 소아(小我)보다는 대아(大我)를, 오늘보다는 내일을 우선하는 정신이다.
하여 대우인은, 우리 세대는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하는 세대라고 감히 말하고 있는 것이다. 희생은 곡식의 낱알이 땅에 떨어져서 제 몸을 씩힘으로써 수많은 열매를 맺고 촛불이 제 스스로를 태워 세상에 밝은 빛을 주는 것처럼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않고 타인이나 자기가 속한 집단을 위해 순수하게 자신을 내던지는 것이다. 희생은 사랑과 헌신, 그리고 봉사하는 마음을 뜻한다.
기업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운영되는 조직체이다. 기업이 추구하는 위대한 성취는 개인의 노력과 함께 조직원들의 조화속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조직원의 자기철학 또한 개인의 테두리를 넘어 공동체의식과 결부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조직의 발전 속에서 개인의 무궁한 발전을 찾을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나보다 우리를 추구하는 공동체 의식, 그러나 공동체를 위한 개인의 일방적 희생이 아닌 공동체와 개인의 상호 발전을 위한 마음가짐, 그리고 전체를 위해 개인을 양보하는 것, 바로 이것이 대우의 희생정신이다.
희생하고자 하는 이는 남이 강요하고 시켜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스스로 실행한다. 그들은 가족, 사회, 국가라는 더 큰 나 즉 소아가 아닌 대아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희생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소명의식을 지녀야한다. 소명의식 없이는 희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자신의 사명을 달성해 낸 역사상의 인물이나 집단은 모두 소명의식이 강했다. 사명감이 불타오를 때 자신의 일에 대한 철저한 자각과 실천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사명감이 있어야 대아를 위한 희생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개발연대의 우리나라가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성장은 바로 우리가 해야만 하는,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라는 의식적 자각이 있었던 덕분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희생은 무한한 사랑의 깊은 샘을 가지고 있다.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희생은 특히 남을 위해 자신을 바치는 이타적(利他的)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타적 사랑은 사랑하는 상대의 행복을 중요시 한다. 즉 타인에게 무엇인가를 주는 것이 자신의 안락을 위하는 것보다 더 큰 만족을 준다고 생각하고 이에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또한 희생은 미래지향적 가치관이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이는 희생하고자 하는 마음을 지닐 수 없다.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어느 국가에서도 희생의 세대없이는 발전과 번영을 이루지 못했다. 지금 당장 편하고 만족하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으로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 과거나 현재에 만족하는 인생관에서는 미래의 발전과 행복을 위해 오늘을 투자하고 희생하려는 적극적 가치관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이 무엇인가를 성취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이를 선도적으로 수행해 나가는 주체적 실천 의지와 자세가 필요하다. 오늘의 대우가 있게 된 것은 결코 시운(時運)이나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다. 이는 오로지 각 분야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수행한 대우인들의 솔선수범과 자기희생적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우인은 한 나라 또는 한 사회의 융성이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희생을 자임하는 집단적 노력이 있어야 하며, 적어도 한 세대 이상에 걸쳐 그러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어왔고 이를 철저히 실천해 왔다.
한때 대우의 ‘새벽회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가를 인식하고 실천한 것으로 유명했다. 초창기 대우가 다른 기업들 처럼 아침 아홉시에서 저녁 다섯시까지(9 to 5)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새벽 5시부터 밤 아홉시까지(5 to 9)’ 일했던 것도 바로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실천한 것이었으며, 이러한 정신자세가 대우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하나 자기희생의 정신을 발휘하여 세계 해양 플랜트 역사상 ‘공기(工期)단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인도 ONGC해양 플랜트 사례가 있다.
대우는 1992년초 인도의 석유가스공사(ONGC)로부터 공사를 수주했다. 그리하여 94년 12월에 초대형 해양플랜트를 완공해 이를 성공적으로 인도했는데, 여기에는 피나는 노력과 작업구성원들의 희생이 뒤따랐다.
대우가 플랫홈을 제작한 경험은 수차례 있었지만 해상에 실제로 설치하는 일은 처음인데다, 총 공사비가 5억4천만 달러에 달하는 해양플랜트 사상 최대 규모의 공사였다. 때문에 고백하면 대우는 수주를 하고 나서도 자신감에 차있기는 커녕 일의 어려움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ONGC측도 처음에는 대우가 과연 공사를 잘 해낼 수 있을까 하고 우려했다. 그러나 얼마지나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는 놀라움과 감탄으로 바뀌어갔다.
하지만 대우는 시련에 봉착해 있었다. 우기(雨期)인 몬순기가 닥치기 전에 공사를 끝내야 하지만 공사인원의 절반을 차지하던 필리핀 사람들의 작업 속도는 굼뜨기만 했다. 게다가 주변설비에서 누출된 석유가 공사현장으로 흘러들어와 화재 위험 때문에 용접을 할 수가 없게 된 적도 많았던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한 공사기간만은 지켜야 한다는 신념에 소방 호스까지 동원해 용접을 끝냈다. 250톤짜리 크레인이 파도에 부러졌을 때는 모두가 넋을 잃었는데, 결국 비행기로 부품을 공수해 수리할 수 있었다.
설날에도 새벽 5시에 일어나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차례를 지낸 뒤 다시 작업장으로 향했다. 주말이란 단어가 생소하기는 커녕 아예 먼나라 얘기처럼 들렸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공사를 끝났다. 시운전에 들어간 사흘간은 오로지 공사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모두들 숙연하게 보냈다.
물론 시운전도 성공이었다. 대우인의 희생적인 작업처리로 한건의 안전사고도 없이 공사기간을 24일이나 앞당겼던 것이다. 이 기록은 세계 해양공사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었다. 이 해양 플랜트의 성공적인 인도에 힙입어 한국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게 됐고, 대우는 이듬해 미국 쉐브론(CHEVRON)사로부터 1억 8천 5백만 달러에 달하는 대형 해양 플랜트를 추가로 수주하게 되었다.
대우 30년의 발전사 속에는 자기희생과 피나는 노력을 바친 대우인들의 땀과 거친 호흡이 매년, 매월, 매일마다 배어있다. 그들은 이렇게 믿고 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소수의 솔선수범과 자기희생 없이 그 분야가 꽃피운 사례는 없다. 따라서 희생은 발전을 위한 디딤돌인 동시에 엘리트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질이다.」
기업이 추구하는 위대한 성취는 개인의 노력과 함께 조직원들의 조화속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조직원 개인의 범주를 넘어 공동체의식과 결부되어야한다. 나보다 우리를 추구하는 공동체의식, 그러나 공동체를 위한 개인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닌, 공동체와 개인의 상호발전을 위한 마음가짐, 이것이 바로 대우의 희생정신이다.
대우는 오늘보다 내일을 지향하고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하며 당대보다는 후대를 기약하며 더 넓은 세계, 더 위대한 꿈을 키워왔고 또 키워가고 있다. 이런 자세는 앞으로 우리가 헤쳐가야할 무한경쟁시대에도 변함없이 요구되는 자세이다.
어느 특정인이나 소수인의 기업이 아니라 국민의 기업임을 자부하는 대우는, 오늘의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나라가 세계 일류국가로 발돋음 하는 그날까지 더 많은 땀방울, 더 가치있는 희생에 몸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대우정신 특히 희생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