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불황이 닥치면 인원을 감축하고, 조업시간을 단축하며, 투자를 축소하고 감량경영을 하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대우는 이러한 정설의 틀을 깨는 경영으로 일관해왔다. 바로 역(逆)의 발상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대우는 불황이 닥치면 투자활동과 연구개발 등을 더욱 활발히 해왔다. 한 예로 1973년 석유파동이 닥쳤을 때였다. 당시 국내 경기(景氣) 뿐 아니라 세계의 경기도 불황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어디까지 빠져들어갈 지 모를 깊고 깊은 불황의 늪이었다.
73년 10월의 중동전 발발은 제1차 오일쇼크를 몰고왔고, 원유가가 일거에 39.6 %나 인상되는 충격파를 던졌다. 오일쇼크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우리 경제에 고통을 몰고왔다. 74년 1월 1일을 기해 원유가는 또다시 155.21 %가 인상되면서 국내의 원유가도 82 %나 인상되었다. 인상은 이에 그치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경제는 혼란 속의 불황으로 빠져들어갔다.
경기의 갑작스런 악화는 대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나, 대우는 투자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부실기업의 인수와 시설투자에 60여 억원의 투자를 했으며, 전문 실무교육, 외국어교육 등 교육투자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 인재육성에 힘을 썼다.
또 하나 가장 특이한 것은 30년 역사에서 대우는, 불황이라고하여 단 한명의 인원감축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인원을 꼭 감축해야 할 회사나 업종이 생기면 해고조치가 아닌, 계열사간의 이동을 통해 이를 조정해왔던 것이다.
경기의 주기는 언제나 불황과 호황을 번갈아 이동하는 싸이클이기 때문에 오늘이 불황이면 내일은 호황이 올 것임을 확신하고, 오늘의 불황에 도전하는 적극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이 대우가 불황을 타개하는 방법이었다.
대우는 움추리기 보다는 오히려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성장의 기반을 다졌으니 가히 불황이 없는 대우라는 말을 들을만 했다. 그렇다면 모든 기업이 경쟁력을 잃고 허둥대고 있을 때 대우는 왜 투자를 계속 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그것은 바로 경기순환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있었고, 해외시장에서의 활발한 마케팅이 이 자신감을 지원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기업은 국적에 의미를 둘 수 없을만큼 모두가 개방적이고 해외개척에 적극적이다. 이 때 경쟁에서 이겨나갈 수 있는 방법으로 부단한 혁신과 자기점검, 조직구조의 국제화, 단결력의 유지강화, 전사원의 기능적 간부화, 금융력의 확충강화, 정보시스템의 확립 등을 꼽을 수 있다.
불황은 96년 다시 찾아왔다. 이런저런 이유를 달고 연일 경제불황은 세간의 걱정거리로 등장했다. 그러나 대우는 불황국면을 맞아 세계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오히려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불황을 견뎌내기 위해 명예퇴직이니 신규채용동결이니 해가며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우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목표를 오히려 늘여잡고 신규채용을 늘이는 등 공격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예전의 불황타개보다 오히려 더 적극적이고 활동적임은 말할 것도 없다.
뿐만이 아니라 경험있는 사람이 모자라 이미 퇴직한 임원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대우가 이처럼 불황에 강한 것은 세계경영의 결실 덕분이다. 세계 경기가 침체되더라도 전지역 전품목이 불황을 겪는 일은 없다. 대우는 세계 각지에 사업장을 두고 있고 취급하는 품목도 자동차에서부터 섬유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다양하기 때문에 한 지역이나 품목이 불경기라 해도 다른 지역과 품목이 이를 방어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지역과 품목의 다각화에 의한 포트폴리오 경영이 불황에 대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남들이 움추리는 동안 대우는 수출목표를 늘여잡고 그룹의 총 매출도 늘여잡았다. 다른 기업들이 반도체 가격하락이라는 악재 하나만으로도 수출목표를 내려잡는 등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세계경영체제가 불황에 대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음은 대우의 인력운영 현황을 보면 더욱 실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대우는 지난 수년간 정기임원인사 때 해고된 임원이 거의없다. 그 이유는 해외사업장의 수가 늘어나고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관리하기 위한 경영인력 수요가 급증한 까닭이었다.
또한 임원급만이 아니라 신입사원 채용에 있어서도 대우는 96년 하반기 공채규모를 95년보다 10 % 늘여잡았다. 이 모든 것이 처절할 정도의 관리혁명을 시행한 결과였다. 관리혁명을 시작했을 당시의 목표는 경비를 50 % 줄이든지, 생산성을 50 % 향상시키자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조직슬림화 결재단계 축소 계열사정리계획 등이 이때 실행되었다. 근래에 들어 한창 기업들의 화두(話頭)가 되고 있는 「거품제거」를 대우는 일찌감치 해치웠던 것이다.
대우는 언젠가는 또 다가올 불황에 대비함은 물론, 세계굴지의 기업과 대등한 경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그리하여 성장하는 한국을 상징하는 세계 속의 대우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경영층의 냉철하고도 정확한 판단력과 질풍같은 추진력은 이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