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Daewoo

경영의 기록

부실기업이 주기적으로 대량 발생하는 현상은 우리 경제에 있어 고도성장 정책이 동반한 숙명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수출을 견인차로 또 대규모의 중화학공업 투자를 주축으로 삼은 그 동안 고도성장 정책은 산업부문간 불균형 심화, 수입의존적 산업구조 형성, 경제력 집중 심화, 산업기술 낙후,기업재무구조의 취약 등을 일반적으로 현상시켰다. 또 1970년대 후반이후 석유파동등 내외경제 여건의 격변을 겪으면서 그 모순을 부실기업의 대량발생으로 현재화(顯在化) 시켜왔다.
부실기업 문제는 1969년 이후 현 시점에 이르기까지 우리경제와 기업의 고질로 반복되어 오며, 당사자로 기업 자신은 물론 채권자인 은행, 인수하는 기업 그리고 막후 조정자로서 정부가 반복 등장했다. 뿐만아니라 하나의 부실기업 정리조치가 취해질 때마다 사회는 분노로 들끓었고 그 처리과정에 모든 시선이 집중되어왔다.
그렇다면 부실기업이란 무엇이며 부실기업이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짚어보고 넘어가자.
과거 부실기업에서 공통되는 현상을 찾아보면, 첫째로 부채가 과다한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과다한 부채를 부실기업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아마 우리나라 기업의 거의 전부가 부실기업으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현상은 부도를 냈다는 점이다. 그러나 부도를 냈다고 해서 모두 부실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유기업주의 아래서 기업의 도태는 일상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도산기업에 관한 조사와 통계가 활발히 이루어지 않고 있으나 부도를 내고 도산한 기업은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다.
그러나 이렇게 사라져간 기업을 모두 부실기업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부실기업이라 불리우는 기업은 다른기업에 비해 재무재표가 극도로 악화되어 정부가 정리대상으로 지목한 기업이다.
다시말하면 정부가 부실기업이라고 지목하여 정리대상에 넣은 기업이 곧 부실기업이란 말인 것이다.
부실기업은 부채가 과도하면서 수익성은 극도로 악화된 데다가 국민경제적 입장에서 볼 때, 기간산업 혹은 수출산업에 종사하는 대기업으로 국가가 도산정리를 방관할 수 없는 기업을 말한다. 따라서 시대에 따라 정부의 부실기업 정리조치 내용은 은행관리, 공매, 기업합병, 제3자인수 등 모두 다르지만 공통되는 현상은 정부가 나서서 기업자체만은 살려왔다는 점이다. 기업주나 주주들은 물러났으나 기업 그 자체는 구제되어 온 것이 지금까지의 부실기업 정리에서 일관해온 정책이었다.
우리나라에 부실기업 문제가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 말부터였다. 1969년에 단행된 최초의 부실기업정리조치는 1972년까지 3년을 끌었으며 그 와중에서 8.3조치가 단행되기도 했다. 이때 정리된 83개의 부실기업은 주로 은행들의 대불(代拂)과 연체였다. 이를 재무부가 맡아 정리하기 시작했고, 마지막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은행관리 기업체 83개중 정리 대상업체가 23개로 축소되었다.
부실기업 문제는 1972년 이후 몇해 동안 잠잠하다가 1978년 하반기를 넘기자 인플레 수속(收束)을 위해 정부가 금융긴축을 강화하면서 다시 분출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우리는 부실기업이란 이름으로 쓰러져간 기업들에 대해서 언급하기가 조심스러워진다. 그것은 그들의 쓰러짐을 위로해서가 아니라, 자식이 있는 자는 남의 자식의 허물을 들추지 않는다는 소중한 옛성인들의 가르침 때문이다.

출처: 대우30년사 (1997년; 가편집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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