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대우는 방산품의 수출을 시작했다. 미주지역에 대한 권총류의 성공적인 수출이 있었고 이에 힘을 얻은 대우는 그와 함께 군수용 소화기의 수출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군수용 소화기(한국형 소총류)의 경우 1980년대말 아프리카지역에 소량 수출된 적은 있었으나 본격적인 수출상품화된 것은 1990년 중반 들어서였다. 더구나 군수용 소화기의 경우 각군의 기본화기로 사용되는 관계로 그 결정과정이 길고 힘들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가격, 납기 등의 조건 이외의 여러 요인들이 그 결정에 고려되는 관계로 오더를 확보한다는 것은 단순한 수주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여 우선적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및 남미지역에 대한 시장성을 다각적으로 분석한 결과 남미지역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판단되었다. 이어 남미시장에 대한 접근을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끝낸 후 영업활동에 들어갔다.
1차적으로 전혀 해외인지도가 없는 제품의 시장성확보를 위하여 유관 전시회의 참여했다. 그리고 현지대리인 등에 대한 소개서 발송 및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대한 현지 시연회 등을 통해 대우가 생산해 내는 소화기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 갔다.
그러던중 1992년 페루 해군의 소화기입찰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다. 대우는 그때까지 입수된 자료를 검토하여 오퍼를 발행하였다. 그러나 이틀후 리마주재 대한무역진흥공사로부터의 급전이 도착했다. 그 내용은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지 대리인의 신용도에 문제가 있어 수주가 어려울 것이며 대신 유능하고 성실한 대리인을 소개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 그 새로운 대리인이 현지 지사를 통해 연결하겠다는 오퍼 요청을 해왔다.
실무진은 두갈래의 길 중에서 하나를 택일해야 했다. 즉, 무역진흥공사의 말을 믿고 새로이 오퍼를 하느야 아니면 현 대리인을 계속 지원하느냐 하는 점이었다. 만일 새로이 오퍼할 경우의 문제점 역시 만만치 않았다. 전혀 현지의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무역진흥공사측의 정보만으로 대리인을 바꿔서 실패할 경우 신용의 추락으로 향후 현지시장에서의 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더욱 큰 문제는 국방부의 주관하에 해외에서의 국내업체들끼리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이중 오퍼는 금기시 되어 왔다.
즉시 무역진흥공사와의 직접적인 교신과 함께 주변국가의 대리인 등 가용한 모든 라인을 동원하여 상황파악에 나섰다. 그 결과 무역진흥공사측의 정보가 상당한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며, 결국 현지 지사를 통해 새로운 오퍼를 발급하였다.
그로부터 얼마 뒤 페루 해군측의 서류심사결과 지사를 통해 제시한 오퍼가 가장 좋은 조건으로 통과되었으며 견본테스트후 오더를 결정하겠다는 내용이 접수되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현지 테스트였다. 대우는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서 한국에서 선적을 하는 것보다 에쿠아도르에 있던 견본 총기를 쓰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하여 에쿠아도르에 있던 총기를 페루로 보내기로 하였다.
그러나 에쿠아도르와 페루가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관계로 군수물자의 이동이 어려웠다. 그래서 일단 견본을 베네주엘라로 보내 거기서 다시 페루로 보내기 위해 선적을 추진하였다. 현지에서 일이 이루어진 관계로 비교적 시간여유를 갖고 견본이 페루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일이 여기서 발생하였다.
도착한 상자를 열어보니 견본총기가 없는 빈박스가 선적된 것이었다. 일단 원인 규명은 뒤로하고 국내에서 지급으로 선적을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 동안의 사정을 설명하고 국방부측의 협조를 받아 현지 테스트 일정에 겨우 맞추어 견본을 선적하여 도착시킬 수 있었다.
만일 이때 일정을 지키지 못했다면 페루에 대우의 소화기가 진출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견본 분실건은 현지 호송을 맡았던 책임자가 물건을 빼돌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성공적으로 현지 테스트를 마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수주가 확정되어 남미지역에 대한 개인용 소화기의 첫수출이 이루어졌다. 이 소화기의 수출이 계기가 되어 다른 남미지역은 물론이고 아시아 및 아프리카 지역으로의 수출이 확대되었다. 결국 포기하지 않는 대우의 정신이 낳은 또 하나의 쾌거였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