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Daewoo

경영의 기록

대우자동차의 독일 진출은 그야말로 비장한 각오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대우의 “대”자와 “우”자의 발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두개의 붉은 입술과 대우자동차 독일판매법인의 로고송인 “Daewoo und Du, Das Auto Dein Freund(대우와 그대, 대우차는 나의 친구:원곡명 Harry Belafontes의 Banana Boat)” 이 두가지는 1995년 독일 소비자들에게 다른 어떤 상징보다도 친근한 것이 되었었다. 이 분위기를 대우는 놓치지 않았다. 그리하여 유럽최대의 자동차 강국에서 대우는 순식간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대우자동차 독일 판매법인은 서유럽 소비자들이 대우의 발음을 ‘대유(DA-EWOO)’ 또는 ‘대부(DAE-WOO)’로 잘못 발음하는데 착안, 이를 교정시키는데 초기광고의 초점을 맞춰 대우를 발음하는 입술광고를 지난 1995년 2월초부터 TV, 신문을 통해 내보내기 시작했다.
1995년 2월 초순에 TV광고를 시작할 당시만해도 대우의 인지도는 미미한 실정이었다. 그러나 광고가 나간 지 며칠만에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 붉은 입술과 로고송은 TV와 라디오, 신문, 잡지 등을 통해 독일 전역에 혜성처럼 등장해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가사의 내용이 친근하고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여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먼저 길거리에서 흥얼거리고 다닐 정도로 즐겨 부르기 시작했으나, 마침내 입에서 입으로 수많은 소비자들이 “대우”를 말하기 시작했다.
현지 광고전문가들은 이를 우주생성 때의 빅뱅(Big Bang)에 비유할 정도로 독일 광고사의 한 사건으로 평가했다. 또 독일전문지 ‘분트’(BUNT)지는 입술광고를 1995년 2월의 광고로 선정했으며, 독일 최고의 자동차 전문지 지는 대우자동차의 광고 선풍을 자동차부문 빅 뉴스 3위로 선정했다. 또 국영TV ARD는 대우의 입술광고를 한국관련 특집 프로그램의 상징으로 다루고 있다. 그 덕에 국제자동차 비디오 필름 페스티발(AUTOVISION)에서는 은상(실버 오토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독일법인은 집중적인 광고와 더불어 핫 라인을 설치해 고객지원에 들어갔는데, 초기에는 하루 2만통의 전화가 빗발쳐 전화국 선로가 고장날 정도였다. 게다가 독일 주요 일간지 및 자동차 전문지들도 연일 대우와 대우제품에 대한 호의적인 기사를 게재해 대우는 마침내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광고와 홍보의 획기적인 성공에 힘입어 대우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산업국인 독일에 자신감을 갖고 진입하게 되었다. 독일은 인구가 약 8천만명, 총 차량등록대수가 약 4천만대로 인구 2인당 자동차 한대꼴인 세계적인 자동차 왕국이다. 매년 3백만대 이상의 승용차(중고차 제외)가 판매되고 있는 독일 시장에서 대우는 30개 이상의 독일 메이커 및 수입차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시장점유율 1%(3만대) 달성을 목표로 뛰었다.
대우자동차 독일판매법인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자동차로 30분거리인 비스바덴에 위치하고 있다. 판매법인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왠만한 공장보다 규모가 큰 곳이다. 이는 곧 독일전역에 280개의 딜러를 통해 판매활동을 벌이고 있는 대우만의 특별한 장점이었다.
대우는 한국에서 들여온 차를 현지 딜러들을 통해 판매하는 것으로 일을 끝내지 않고 딜러 교육에서 사후서비스까지를 모두 책임지고 있다. 딜러들을 대상으로 한 전산교육과 정비교육 실시, 24시간내 독일 전지역 부품조달, 자동차 애프터서비스 등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독일법인에는 각종 사무실은 물론 교육장과 부품창고, 정비소 등이 함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996년 2월말부터 넥시아와 에스페로를 판매한 독일법인은 1996년 7월말 로 총 1만4천대의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다. 현지의 모든 자동차 메이커는 사브, 리다 등을 제치고 크라이슬러, 스코다와 어깨를 겨루고 있는 대우를 계속해서 눈여겨 지켜보고 있다.
대우자동차가 서유럽시장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시장진입조차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대우는 특유의 도전정신을 발휘해 독일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영업전략 개발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출처: 대우30년사 (1997년; 가편집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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