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은 1995년 8월 일본 노무라증권과 함께 국내처음으로 일본내 일반공모방식을 통해 1억5천만불 규모의 역외펀드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가 일본내에서 일반공모방식으로 펀드를 판매하는 것은 처음있는 것으로 일본계 자금의 직접투자를 한층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밖에 대우는 전자제품도 진출하였는데, 일본은 가전제품에 대한 강한 자존심으로 외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언제나 배타적인 입장을 지켜왔고, 그런 만큼 외국가전 메이커들에게는 꼭 도전해서 성공하고 싶지만 어려운 시장이다.
그런 일본이 최고환율의 급등, 거품경제의 붕괴, 고용 및 기업구조의 재조정 및 고정 유통질서의 변화 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대우가 만든 전자제품의 일본지역 수출은 매년 성장을 거듭, 연 2억 달러 수출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물론 여기엔 최근 몇 년 사이 괄목할 정도로 달라진 각 사업부의 품질개선에 대한 의지와 전사적으로 뿌리내린 탱크주의의 실천 결과가 밑바탕이 되었다. 한가지 예로 국내에서 호평을 받은 공기방울 세탁기, 입체 냉장고 등의 소식이 일본에도 전해져 관심을 갖고 상담을 신청하는 바이어가 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일본의 유명한 마루만사였다. 대우의 유력한 바이어인 일본의 마루만(Maruman)사는 ‘Speed is Money’라는 기업경영 방침을 세워놓고, 신속히 신제품을 공급하는 전략으로 업계 선두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회사다.
한국산 제품을 수입해서 일본 가전업계의 유수 메이커들과 동일한 시장에서 대등한 입장으로 경쟁해야 하는 마루만의 입장으로는 수입 구매에 따르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항시 그들의 스피드에 보조를 맞추어 줄 것을 요구했다.
대우는 다른 부분은 마루만의 요구에 따라 조정이 가능했으나, A/S부분 만은 외국 메이커로서의 제약 때문에 돌발적인 사태에 대한 신속한 조치가 미흡하다는 제약을 안게 되었지만, 이러한 단점은 역으로 장점이 된다고 생각했다.
즉 바이어들이 꺼리고 귀찮아 하는 A/S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면, 안심하고 대우 제품을 구매하고 판매신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대우는 곧 마루만사와 기본개념과 입장을 정리한 끝에 “마루만 쯔꾸바 상품센타”를 개설했다. 바로 이 센타에서 A/S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일본의 굴삭기시장은 규모가 크기도 크지만, 동시에 가장 공략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정평이 나있다. 미국 기업들이 정부를 앞세워 굳건히 닫힌 일본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일본 특유의 시장체제는 외국 기업이 섣불리 들어섰다간 여지없이 실패하고 발길을 되돌리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어려운 시장이라며 미리 겁을 먹고 진출할 생각마저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난공불락의 시장으로 여겨지는 일본을 파고들어 기반을 다져 가고 있는 대우의 일본 현지기업 대우건기는 일본이 결코 난공불락의 아성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시장은 일본 고객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일본시장이 돌아가는 원리를 터득하면 그리 어려운 시장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원래 대우건기는 신(新)하닉스라는 일본 기업에 주식 참여형태로 인수한 것이었다. 그 후 일본인 사장에게 경영을 맡겼으나 대우가 제대로 한 번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고객들의 소리가 있어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초기 단계였다. 일본인들은 한국 상품에 대해 ‘싼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먼저 이런 배타적인 인식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했다. 처음에 일본인들은 대우가 만든 유압 굴삭기를 중소기업 정도가 만들었겠지 하는 생각을 대부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일본 업체들은 우리 제품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해서 흠집 내기에 열을 올렸다. 업계간에 대우제품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교환하고 제품가격을 15%나 싸게 제시하는 업체들도 있었다. 이처럼 어려운 시장인데도 대우가 굳이 진출한 이유는, 일본이 세계 건설기계시장 중에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이었다. 굴삭기의 경우 일본의 시장 규모는 8만대로 세계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크다.
대우가 일본 시장에 진출한 첫번째 목표는,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왜냐하면 세계 최대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하면 다른 시장에서도 쉽게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던 것이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굴삭기 시장 점유율 5%만 차지해도 연간 4천대를 파는 엄청난 규모에 이른다.
두 번째 목표는 현지 진출을 통해 일본의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해 독자적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진출 당시 대우중공업은 히타치 중공업과 기술 제휴를 끝내고 독자적으로 제품과 기술을 개발한 지 10여년이 지났기 때문에,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일본의 기술 발전 내용과 속도를 아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굴삭기의 경우 현재 일본의 기술 수준은 「사람의 손」에 비유한다면 한국은 「로봇의 손」 정도에 불과할 만큼 정교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특히 소형 굴삭기의 경우 차이는 더 심한 편이다. 이에 대우는 최근 국내에도 소형 굴삭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독자적인 기술 및 제품을 개발, 한국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일본 시장 공략의 구체적인 비결은, 우선 일본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있었다. 그들은 여러 차례 방문해 제품의 장점과 가격을 설명해도 마음을 열듯열듯 하면서 열지 않았다. 그렇다고 접촉을 중단하면 일이 허사로 돌아가기 때문에 끊임없이 연락 방문을 통해 관계를 유지하였다.
실제로 도치키현 소재의 한 건설업체에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다섯번이나 방문해야 했다. 대우중공업이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중소기업체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사장을 한국으로 초청하겠다는 제의를 했으나 수락을 받아내기까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그들은 쉽지 않은 고객이었다. 물론 한국의 공장을 시찰한 후, 그 사장은 대우의 제품을 구입했다. 이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일본 시장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오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