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Daewoo

경영의 기록

이문근
봄베이항에서 배를 타고 10시간쯤 가다보면 망망대해 한 가운데 하늘로 향하여 불을 내뿜고 있는 거대한 플랫폼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플랫폼 옆에는 8개의 원형 쇠기둥이 무수히 많은 지지대로 연결되어 바다위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거침없이 불을 내뿜고 있는 것은 바닷속에서 퍼올린 석유와 가스를 분리해 육지로 송출시키는 해양가스처리 (SHG:South High Gas Compression) 플랜트로, 대우조선이 1992년 2월 수주하여 26개월의 공사 끝에 지난 1994년 4월 27일 완공해 인도 석유가스공사(ONGC)에 넘긴 해양플랜트다. ONGC해양가스처리 플랜트는 인도 경제개발계획 중의 하나인 자원 자급정책의 일환으로 발주된 것으로 총 공사비가 7억달러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따라서 세계굴지의 해양플랜트 전문회사들이 수주경쟁에 열을 올렸다. 대우 뿐만 아니라 국내의 몇몇 조선회사 및 일본 경쟁사들도 입찰에 참가했는데, 다른 회사들을 제치고 대우가 결국 수주를 하게 되었다. 그것은 대우가 플랜트 부문에서 10여년간 쌓아 온, 각종 해외공사에 대한 제작경험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였다. 또 파도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쇠기둥은 해수처리(SHW: South High Water Injection) 플랜트를 설치하기 위해 대우조선이 만들어 설치한 자켓이다. 해수처리플랜트는 1993년 1월 대우가 인도석유가스공사로부터 1억6천3백만 달러에 수주해, 1994년 12월 설치 완료한 프로젝트이다. 이 하수처리플랜트는 이미 가동중인 해양가스처리플랜트와 파이프로 연결되어 있는데, 해양가스처리플랜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경험을 가지고 있던 대우는 해수처리플랜트 역시 원만하게 공사를 수행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대우가 1992년 2월에 ONGC로부터 발주의향서를 받을 때부터 이런 자신감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플랫폼을 제작한 경험은 수차례 있었지만 플랫폼을 해상에 실제로 설치하는 것은 처음인데다, 대우의 해양플랜트 공사 사상 최대인 7억달러 규모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ONGC측은 대우가 과연 공사를 잘 해낼 수 있을까하고 우려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런 우려의 목소리는 놀라움과 감탄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순전히 대우의 뛰어난 기술과 대우인의 근면성, 희생정신이 보여준 결과였다. 공사의 어려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지만, 완벽한 시공으로 최상의 품질을 선보인다는 신념으로 대우인들은 모든 역경을 이겨냈다. 우기인 몬순기가 닥치기 전에 공사를 끝내야 했지만 공사인원의 절반을 차지하던 필리핀 사람들의 작업속도는 굼뜨기만 했다. 게다가 주변설비에서 누출된 석유가 공사현장으로 흘러들어 화재 위험 때문에 용접을 할 수 없게 된 적도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한 공사기간만은 지켜야 한다는 신념에 소방호스까지 동원해 용접을 끝냈다. 또 한 번은 250톤짜리 크레인이 파도에 부러진 적이 있는데, 그때는 모두가 넋을 잃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겨우 비행기로 부품을 공수해 수리했지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다고 한다. 해상작업을 위해 옥포에서 만들어간 바지선인 아양2호에서 겪은 어려움도 엄청나다. 수용인원이 350명이지만 플랫폼을 연결할 때는 450여명이 선상에 상주해, 휴게실과 체육관까지 침실로 개조해야 했다. 그러니 작업장과 침실만이 유일한 활동공간이 되었고, 봄베이까지는 배편으로 10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아침 6시부터 잠자리에 드는 밤 11시까지 일에만 매달렸다. 설날에도 새벽 5시에 일어나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차례만 간단히 지낸 뒤 다시 작업장으로 향했으니, 명절이나 주말이란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진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 공사를 모두 끝내고 시운전에 들어간 사흘간은 오로지 공사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원하는 마음뿐이었다. 그 결과 대우는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이 공사기간을 24일이나 앞당기는, 세계 해양공사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까지 세우게 되었다. 인도의 ONGC해양플랜트는 대우의 세계경영 의지가 지구의 3분의2를 차지하는 바다에도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출처: 대우30년사 (1997년; 가편집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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