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Daewoo

경영의 기록

대우는 일찌감치 베트남을 동남아 진출의 기지로 선정하고 양국간 국교(1992년 12월)가 수립되기 전인 1990년에 호치민(구 사이공)에 지사를 개설하고 이듬해인 1991년에는 하노이에 지사를 개설했다. 이로써 대우는 기업의 해외진출이 양국의 수교로 이어지는 또 한 번의 가교역할을 하게 되었다. 대우는 외국기업들이 이미 상당수 진출해 있어 투자메리트가 떨어지는 호치민보다 정치 중심지인 하노이가 앞으로 성장잠재력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판단, 하노이를 베트남 진출의 교두보로 삼았다. 이러한 대우의 하노이 진출 교두보가 바로 대우호텔과 아파트, 오피스빌딩의 복합단지인 대하비즈니스센터다. 대우건설과 베트남 현지파트너인 하넬(HANEL:Hanoi Electronic Corp)이 7:3의 지분비율(이후에 7.5:2.5로 바뀜)로 현지법인 대하(DAEHA Company Ltd.)를 설립, 대단위 비즈니스센타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한 것은 양국간 국교가 수립되기도 전인 1992년 5월이었다. 대우의 현지 파트너인 하넬사는 1984년에 건립돼 가전제품을 조립․생산하는 자본금 2백만달러, 종업원 3백명의 국영기업(Hanoi People’s Committee소속)이다. 하넬은 대하비즈니스센터 프로젝트의 파트너가 된 것을 계기로 이후 대우의 베트남 진출 계열사들은 대부분 하넬을 현지합작 파트너로 삼고 있다. 덕분에 하넬 사장이던 반 응이엔씨는 능력을 인정받아 하노이시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전쟁의 참화로 10층이상 빌딩이 없던 하노이에 18층의 초고층빌딩이 들어선 것은 단순히 현대식 고층빌딩이 들어섰다는 의미 이상을 갖는다. 강의 안쪽(河內)이라는 뜻을 지닌 하노이시(市)에는 곳곳에 호수가 많고 지반이 약해 대부분의 전통가옥은 단층이고 기껏 높아야 3층이며, 몇 되지 않는 호텔이나 오피스건물도 대부분 5~8층이 고작이다. 호수의 일부를 메워 건립한 비즈니스센터는 지상 18층에 4백11개의 객실을 갖춘 하노이 최고의 대우호텔과 지상 15층의 오피스빌딩, 그리고 1백93세대의 아파트를 갖춘 대단위 단지로 공사비만 약 1억7천7백만 달러가 투입됐다. 대하비즈니스센터가 자리잡고 있는 툴레호수는 하노이 시내의 중심가에서 약간 벗어난 지점에 있다. 합작 당시 베트남 정부는 현재의 호수부지와 몇몇 다른 부지를 제시했으나 부지매입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이 곳 호수를 선택했다. 호수를 메워 호텔을 세운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얼핏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토지를 수용하기 쉬워 보이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국가에 있지만 개인이 사용권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경우 국가가 이를 강제로 수용하기가 어렵다. 간혹 정부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은 토지라도 개인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즉 베트남의 경우 토지의 사용권을 가지고 있는 개인들의 권리를 존중해 주기 때문에 보상 등이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오히려 곤혼을 치루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베트남정부의 입장은 일단 허가를 내주었기 때문에 그 다음은 기업과 주민사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보상금 등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강제로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자본주의 국가보다 오히려 문제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호수를 메워 호텔을 세웠던 것이다. 대우호텔은 18층에 4백11개 룸을 가진 특급호텔로 각종 장식이나 시설재들이 세계 어느 호텔에도 뒤지지 않는다. 1996년 7월1일 객실과 식당가를 중심으로 소프트오픈을 해 객실 영업을 시작하였으며, 수영장 등 부대시설이 모두 완공된 10월 30일 그랜드오픈을 하였다. 대우호텔은 개관한지 얼마되지 않아 큰 손님을 맞았다. 1996년 11월 21일 제4차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베트남을 공식방문한 김영삼 대통령이 묵었던 숙소가 바로 대우호텔이었다. 대우호텔이 개관하고 나서 첫 번째로 맞이한 국빈이 고국의 대통령이었던 것이다. 낯선 외국땅에서 한국기업이 건설하고 소유하고 있는 호텔에서 잠을 청한 대통령의 감회는 남달랐을 것이다. 대하비지니스 센터의 아파트는 서구식 개념을 도입, 침대를 비롯한 가구와 TV(25인치), VTR, 세탁기, 가스오븐 등 가전제품이 완비된 초현대식 주거공간으로 1996년 5월부터 입주가 시작되었다. 1996년 말 기준으로, 1년치 입주비는 4베드룸이 월 5천3백달러(미화), 3베드룸이 월 4천5백달러, 2베드룸이 월 3천5백달러, 1베드룸이 월 2천5백달러로 대부분 입주를 완료한 상태다. 15층 건물의 오피스빌딩은 연면적 2만1천7백㎡으로 호텔과 인접해 있으며 최첨단 인텔리전트빌딩으로 1996년 4월부터 각종 금융기관과 국영기업 등이 입주를 시작했다. 오피스빌딩은 시내중심부에서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입주가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조만간 주변이 정비되면 입주가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대하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하고 이를 운영해나갈 대하(DAEHA)는 총투자액 2천9백만달러 중 대우가 75%, 베트남의 하넬이 25%의 지분을 출자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 하넬이 출자한 돈은 하나도 없다. 왜냐하면 앞으로 대우가 정부에 지불하는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출자지분으로 충당해 나가게 되기 때문이다. 대우가 지불하기로 한 임대료는 1제곱미터 당 연간 9.6달러(평당 31.6달러). 따라서 하넬이 지불해야 하는 25%의 지분이 모두 불입될 때까지를 역산해 산출된 대우의 임차기간은 38년이다. 대우는 1996년 기준으로 7.5:2.5인 지분을 23년 후에는 6:4로, 다시 38년이 되는 해에는 4.5:5.5로 낯추어 주기로 하고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2031년에는 양측이 가진 지분율을 기준으로 자산을 분배하게 된다. 앞으로의 계획을 살펴보면, 오피스빌딩 뒷편에 남아있는 토지에 백화점, 쇼핑센터 및 금융가를 형성하기 위해 대단위 복합빌딩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하노이 중심부와 공항도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6.8km를 건설한 후 공사대금을 토지로 받아 신도시로 개발시키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대우는 앞으로 21세기 유망사업 중 하나로 호텔업을 꼽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북경에 있는 5백40개 객실의 루프트한자에 25%의 지분으로 참여해 호텔운영의 경험을 쌓았고, 1996년 8월말에 문을 연 연변 대우호텔에는 75%의 지분을 투자, 하노이 대우호텔과 같은 자체 로고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대우가 세계 곳곳에 자체 로고를 사용하는 ‘대우호텔’을 체인화한다는 계획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대우가 하노이에 진출한 호텔사업과 아파트 및 오피스건물의 임대업은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영향을 덜 받는 산업으로 그동안 해외의 값싼 노동력을 찾는 데에만 매달려온 우리기업의 세계화 품목이 21세기를 앞두고 다양화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출처: 대우30년사 (1997년; 가편집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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