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Daewoo

경영의 기록

1993년, 영국에 대우의 자동차판매법인이 태동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타자동차 회사들의 현지 영업 모습은 큰 상가에서 셋방살이를 하고 있는 현실이었다. 그러나 ‘대우의 자존심’이 이를 허락치 않았고 특유의 뭔가 색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 법인을 준동(蠢動)시켰던 것이다. 그런 다음 이국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시장조사에 착수했다. 그러자 의외로 소비자들은 딜러를 싫어하는 결과가 나왔다. 기존의 딜러들은 정해진 차량 가격 대신, 상황에 따른 다른 가격으로 고객에게 차를 팔고 있었고, 달콤한 상술과 지나친 친절이 그들에겐 불편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 ‘우리는 직영제로 시작한다’였다. 딜러에 따라서는 가격의 차이가 있는 것과 달리 정찰제인 직영제는 가격 할인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서양 사회의 상거래 중 가격 흥정이 유일하게 가능한 판매분야에서의 새로운 시도였다. 시장 조사를 통해 단계적으로 판매 정책을 수립하여 나갔다. 우선 1단계로 대우의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1994년 8월말 4%만이 대우를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나마 대우가 자동차를 생산하는 업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대우 브랜드 이미지의 불모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타 업체와 확연히 차별화할 수 있는 독특한 판매 방식, 즉 직영판매 방식이 절실하였던 것이다. 준동이 시작된 다음해인 1994년 5월, 대우는 법인등록을 마치고 현지인 관리자들을 채용했다. 채용 기준으로 삼은 것은 개혁적인 아이디어가 있을 것, 젊을 것, 이직의 이유가 확실할 것 등이었다. 채용된 이들은 대우에 근무하기를 지원하고 입사한 사람들이었지만 정작 대우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던 상태라 홍보물을 통해 회사에 흥미를 갖도록 했고, 분위기를 고양시켜 나갔다. 이는 ‘대우정신’의 이입이었다. 철저한 계약사회에 젖어 있는 이들에게 가족 같은 회사, 한 번 직장은 영원한 직장이라는 마음을 심고자 했던 것이다. 먼저 대우의 인지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The Biggest car company you never heard of(당신이 들어보지 못한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회사)」와 「33rd biggest company in the world(세계에서 33번째로 큰 회사)」라는 캐치프레이즈로 1994년말부터 대우그룹의 광고를 실시했다. 대우는 이 광고로 진출시점인 1995년 4월경 인지도를 92%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하였다. 또한 2단계로 새로운 판매 전략 수립을 위해 영국 고객들이 차를 사면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한후 테스트 드라이브등의 고객과의 대화 광고를 실시하여 고객의 불만족을 없앰으로써 고개 지향적 회사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업체에 있어서 선행해야 할 것은 시장에 브랜드 이미지를 신속히 구축하는 것과 차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대우는 「대우=고객지향」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였고 오늘도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차의 신뢰성 측면에서는 신차에 대한 서비스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Peace Of Mind」라는 캐치프레이즈로 3년 보증, 3년 무상 서비스 등의 A/S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덧붙여 고객의 차량 수리 기간중 다른 차를 빌려주는 등 기존의 딜러방식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판매 전략을 사용함으로써 영국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기위해 주야로 뛰고 있다. 한예로, 아이들 놀이방, 커피숍, 멀티미디어 상영을 들 수 있다. 그리하여 자동차 판매와는 낯설게 느껴지는 것들이 대우의 영국 자동차 판매 법인의 전시장 안에는 존재하고 있다. 자동차 전시장이 위치하고 있는 장소 또한 조금은 색다른 곳으로 ‘리테일 파크’(Retail Rark)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쇼핑몰과 같은 곳이다. 이는 누구든지 부담없이 쉬고 즐기는 공간을 만들자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 대우가 이곳에 자동차 전시장을 연 이유는 지금 당장 자동차를 구입하려 온 손님이 아니더라도 미래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주말이면 마치 모터쇼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대우자동차 전시장에는 미래의 고객들이 북적인다. 각종 장난감이 놓여 있는 놀이시설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카페에서는 무료 음료를 즐기고, 쉬엄쉬엄 차도 구경하고 터치 스크린을 통해 견적도 뽑아보고…. 고객이 눈앞에 나타나면 지겹도록 따라붙어 이것저것 설명을 하려드는 풍경은 대우 직영점에서는 볼 수 없다. 미래의 고객들은 그저 자연스럽게 차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이러한 부대시설을 갖춘 전시장은 총 7곳이 문을 열었고, 자동차 부품들을 판매하는 곳 주변에 개설한 또 다른 모습의 전시장이 11곳이나된다. 또 각지를 순회하는 ‘로드 쇼’(Road Show) 행사를 첫해 52회나 실시했다. 또 200여명의 고객 모니터 요원들을 선발해 한달에 한 번씩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이는 1995년 국내에서 있었던 ‘에스페로 세계품질 평가단’의 원조격으로서 광고 효과 뿐만 아니라 미래의 계획 수립을 가능하게 한다. 이 캠페인을 통해 확보한 325,000명의 모니터 지원자들 리스트를 관리하면서 이벤트 행사가 있을 때면 초대하는 등 잠정 고객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또 영국 전역에 걸쳐 서비스망을 갖고 있는 하포드(Halfords)사와의 협력관계를 통해 최소의 비용으로 극대의 서비스 효과를 창출하였다. 아울러 그들의 136개 판매망을 통해서도 소비자들이 전국 어디에서나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대우의 마케팅 및 광고 전략은 영국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1995년말 전문 광고분석업체 밀 브라운(Mill Brown)에 의해 실시된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중 77%가 대우가 실시하는 광고를 기억해 냈으며, 초기에 4%의 대우 브랜드 인지도에서 95년말에는 90%로 급격한 인지도 성장을 이루어 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존의 딜러 방식과는 전혀 다른 이런 독특한 판매전략은 영국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신문, 잡지 등에는 많은 이야기거리를 제공해 왔다. 그리고 대우의 시장 전략은 전체 자동차업계의 교과서가 되고 있으며, 96년 2월 선두업체인 포드의 사장도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자동차업체는 대우의 고객지향적인 판매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대우자동차는 영국 최초의 상업방송인 ITV주최 마케팅 시상, 1996 ITV 어워드(Awards)의 11개 부문에서 2개 부문의 상을 획득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시상 집행측인 마케팅 소사이어티(The Marketing Society)는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도요타를 제치고 내구제 부문에서 대우를 ‘올해의 브랜드’(Brand of the year)로, 마케팅 인물부문에 대우의 마케팅 이사 패트릭 파렐(Patrick Farrell)을 ‘올해의 판매자’(Marketer of the year)로 선정했다. ‘올해의 브랜드상’은 한해 동안 모든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수행한 마케팅 전략 및 광고 활동을 종합 평가하여 시상하는 최고 영예의 광고 대상이다. 이 상은 1996년 초, 광고계의 최고 전문지인 ‘캠페인 메가진’(Campaign Magagine)으로부터 ‘1995년도 광고대상’(Advertiser of the year)으로 선정된 이후 두 번째로 대우가 차지한 큰 성과였다. 1995년도 광고대상(Advertiser of the year)은 컴퓨터회사인 IBM과 음료회사인 버진 콜라 등 쟁쟁한 회사들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끝에 수상하게 된 것으로, 자동차 회사로서는 처음으로 주어진 상이다. 또한 한국인회사로서는 최초로, 외국인 회사로서는 후지필름에 이어 두 번째로 주어졌다. 이렇게 대우는 경쟁업체들이 감히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과감한 고객지향적 판매전략으로 진출 첫해인 1995년에, 프로톤(Proton)이 세웠던 첫해 영국 시장 최고 판매 기록보다 2배가 넘는 18,542대를 파는 대기록을 세웠다. 대우가 첫 6개월만에 기록한 판매 대수는 기존 어느 기업이 성취한 실적에 배가 되는 숫자이다. 오늘도 영국 자동차법인은 계속적인 급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출처: 대우30년사 (1997년; 가편집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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