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산동반도 동북단에 위치해 있는 항구도시 연대(烟台)는 당나라 때부터 외국 통상을 위한 중요한 항구의 하나로 번성했던 곳이다.
1862년 아편전쟁 이후 상업도시로 발전해 지금은 근대적인 공업도시로 자리잡은 연대는 와인․통조림․목종․정전 등 4대 전통 명산품을 세계 각지로 수출하고 있다. 이제 여기에 ‘건설중장비’라는 한가지 명품을 더하기 위해 대우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연대시 경제기술개발구에 설립된 대우중공업의 중국 현지생산법인인 「대우중공업 연대유한공사」가 바람의 주인공으로 중장비의 중국 현지생산 시대를 열고 있는 것이다.
이 공장은 1995년 착공하기 시작해 1996년 6월28일에 중장비 공장라인의 본격 가동을 알리는 굉음 속에서 준공식이 거행됐다. 이로써 연간 3천대의 굴삭기를 생산할 수 있는 중국 최대의 건설중장비 조립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1990년대 들어 국내의 굴삭기시장은 포화상태에 달해 해외 생산기지의 필요성이 날로 높아져 갔었다. 이에 따라 중장비 생산업체들은 밖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는데, 바로 중국의 연대 건설중장비 공장은 대우의 중공업 부문 중장기 세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었다.
대우 중공업부문은 1992년 한․중 수교 직후부터 중국내 현지 종합기계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환경 및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해 왔었다. 그 결과 저렴한 인건비, 부품의 현지조달,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로 인한 물류비용 절감 등을 고려하여 각종 인프라가 완비된 상해, 동북3성 등의 공업지대와 인접한 산동성 연대경제기술개발구에 투자하기로 결정하였다.
연대경제기술개발구는 1984년 중국 정부로부터 개발구로 지정되어 1985년부터 건설되기 시작한 개발지구이다. 이곳에는 세계 20여개국 약 500개 현지기업이 설립되어 있으며 경공업, 기계, 전자 등의 공업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연대 중장비공장 설립은 1980년대 후반부터 급속히 팽창된 굴삭기 시장에서 기존 중국업체의 제품으로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수입장비에 대한 선호도가 날로 높아져 가는 시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지난 1978년 개혁개방정책 이래 중국은 매년 10% 이상의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각지에서는 도시개발 및 사회간접자본 건설이 매우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각종 건설중장비시장 특히 굴삭기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중국의 굴삭기 시장 규모는 연간 5천대 규모였는데 현재는 연간 7천대이고, 2000년에는 1만대 수준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21세기 말에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굴삭기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대우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뒤늦게 중국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이미 고마츠, 히다치 등 일본업체와 미국 캐터필러사의 제품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어 시장진입이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연대유한공사 공장 준공을 계기로 체계적인 현지 생산전략을 세우고, 선진기술과 중국 전지역에서 신속한 A/S를 내세워 외국 선진업체들과 당당히 겨루게 되었다. 또한 중국은 동남아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연대유한공사는 1백% 대우가 투자해 1년만에 완공한 공장으로, 5천7백만달러가 투자됐다. 대지 6만6천평, 연건평 1만2천평의 부지에 건립된 이 공장은 한국인 20명을 제외한 4백70명의 종업원이 모두 중국 현지인이다.
대우는 중국 연대시에 1994년 투자 초기부터 강한 이미지를 심어 놓았다. 회사의 유니폼이라는 것이 특별히 없는 중국에서 연대유한공사의 청색 작업복은 말 그대로 ‘푸른유행’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도 ‘따위(大宇)’라고 한마디만 외치면 거짓말 같지만 택시기사나 경찰의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을 정도다.
또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까지도 「대우중공업 연대유한공사」를 자랑거리로 생각하고 있으며, 산동성이나 연대시에 귀빈이 방문할 때면 외국기업 투자 성공사례 모범기업체로 선정해 산업시찰시 빠뜨리지 않는 방문처가 되었다.
1996년은 중국의 제9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원년이었다. 그런 까닭으로 산업기반 시설의 확충과 주변 건설사업의 활성화로 건설중장비시장의 미래는 아주 넓게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넓은 땅, 무한한 자원, 값싼 노동력 등은 중국의 잠재시장의 깊이를 쉽게 가늠하기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시장에 우리 기업만 진출해 있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의 기업들은 시장개방을 선언한 중국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시장규모가 큰 만큼 시간이 갈수록 그 어느 곳보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현재 중국에는 자국기업 20여개업체 외에도 7개의 외국 중장비업체가 있으며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어려움은 이것에 그치지 않는다. ‘만만디’로 표현되는 중국인의 천성적인 느긋함, 사람사이의 관계(關係;꽌시)를 합리적이고 정확한 서류보다도 오히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무 스타일, 민족적 우월감이나 자존심 등은 현지에 진출한 많은 기업들을 당혹케한다.
이런 여러가지 크고 작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우는 1996년 이 공장에서 5개 고유모델 굴삭기를 1천5백대 생산해 중국 전역에 구축된 30여개 영업․서비스망을 통해 판매하고 동남아 국가 등 제3국에도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중국 제일의 종합중장비 생산업체로의 성장”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위해 생산범위를 확대해 로더, 콘크리트 펌프트럭, 트레일러 펌프, 타워크레인, 지게차, 디젤엔진, 발전기, 공기압축기 등 각종 중장비를 추가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
연대유한공사는 중장비부품의 현지 국산화율을 높이고 가격․품질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대우의 협력회사인 동일공업과 광성기공, 태원산업 등 3개 중소기업과 동반진출해 안정된 생산기반을 구축해 놓고 있다.
연대유한공사는 이제 최고로 인정받은 대우굴삭기의 명성을 중국에서도 이어가야 할 큰 숙제를 안고 있다. 대우는 현지 종업원들에게 자신들이 자국 산업발전의 리더임을 일깨워 자부심을 갖게 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청색 작업복을 입고 자전거를 탄 중국인들의 출근길 저 뒤편으로 떠오르는 아침해는 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그 붉은 빛이다. 붉은 빛깔로 슬쩍 감싼 그들의 열정과 연대시에 부는 「따위쭝꽁(대우중공업)」의 명성은 이제 중국의 빠른 변화속도에 맞춰 넓은 땅 곳곳에 대우깃발을 힘차게 펄럭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