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모든 것을 다 잘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사람은 무한한 것 같으면서도 어떤 한계가 있습니다. 잘 버는 사람은 잘 버는 소질이 있고, 잘 쓰는 사람은 잘 쓰는 소질이 있는 것입니다. 잘 버는 사람이 잘 쓴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번 돈은 내가 쓰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내가 번 돈은 잘 쓸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쓰도록 해주어야지 잘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항상 이러한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라든가 문화재단이라든가 언론재단이라든가 또 병원 등을 운영하지만, 쓰는 데 관해선 제가 간섭을 한다든가 하는 그런 것은 일절 없습니다. 재단에 있는 돈을 다 쓰고 더 쓰겠다고 할 때 내가 줄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 문제이지, 그 이상의 것은 제가 여태까지 한 번도 어디에 얼마를 어떻게 썼는지를 보고받은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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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기초학문이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기초학문을 빨리 육성시켜야 되겠다는 뜻에서 그 돈은 가급적이면 어떤 과목이라도 좋으니 기초학문 발전에 써달라고 했습니다. 꼭 기술 쪽이 아니더라도 사회적인 것도 좋고 문화적인 것도 좋고 무엇이든지 좋으니, 반드시 기초학문 쪽에 좀 더 써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저는 이것이 충실히 시행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